‘문자를 보내도 답을 보내지 않는 것을 보니 나를 우습게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어!’ ‘어제 소개팅한 남자
는 나에게 호감이 있었을까?’ ‘집에 오면 말 한마디 하지 않는 큰 아이는 도대체 무엇이 불만인가?’ 우리
는 매일의 일상에서 늘 상대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상대의 언행을 보면 속마음을
알 수도 있지만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우리는 매일 다른 사람들의 속마
음을 읽느라 부지런히 마음읽기를 하고 있다.
매일 연습하면 향상되는 법! 그렇다면 매일 마음읽기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향상되고 있을까? 30년동안 심리실험을 통해 ‘마음읽기’를 연구해 온 사회심리학자 윌리엄 이케스에 따르면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정설이라고 알고 있는 통념 중에는 근거가 없는 것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험을 해보면 부부의 경우 결혼 첫 해에는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를 잘 안다는 자신감과 고정관념에 갇혀 상대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직감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반복적인 실험을 해보면 남녀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공감능력의 차이는 성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기에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호감이 가는 이성이 있거나 물질적 보상이 뒤따르는 것과 같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한 동기가 높아진다면 마음을 읽는 능력은 남녀 간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너무나 사람 마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눈치도 없고 배려도 없어 싫다는 기색을 드러내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또 어떤 사람들은 듣고 있는지 안 듣고 있는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고 반응도 없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일명 마음맹(mind blindness)이라 부른다. 우리는 대개 그런 사람들을 답답해하며 자신은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이것은 사실일까? 당신은 과연 친한 친구의 감정과 생각을 얼마나 읽어낼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의 실험에 의하면 우리가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맞히는 평균적인 공감정확도 점수는 0~100점 범위에서 겨우 22점에 불과했다. 친구들 사이에도 40점을 넘지 못했다.
즉 우리는 두 번에 한번 이상은 계속 상대의 마음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야 인간관계에서 갈등과 실망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는 너무나 잘못된 마음읽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일까? 그 장애물을 찾아보자.
첫째,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타인이라는 경계가 허물어져 ‘우리’라는 일체감과 집단의식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상대 역시 자신처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그릇된 자신감 때문에 부족한 설명과 부정확한 의사소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친한 사이에 꼭 일일이 말을 해야 아나?’와 같은 마음이 서로를 엉터리 독심술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셋째, 우리의 마음이 알게 모르게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만을 들으려는 선택적 지각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과거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가지 마음의 틀이 있는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보는 잘 느끼지만, 그 반대의 정보는 소홀해지기 쉽다.
넷째,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는 동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계가 매너리즘에 빠지면 당연히 상대에 대한 관심은 멀어지게 되어 있다. 또 스트레스가 너무 과도해 자기 문제에 골몰해진 경우라면 당연히 상대의 마음을 읽어낼 겨를과 관심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장애물을 넘어서서 상대의 마음을 잘헤아릴 수 있을까? 그러나 그 전에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목적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가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은 독심술가가 되기 위함은 아니다. 더 나아가 ‘너는 너, 나는 나!’ 라는 식으로 경계 짓고 각자 살아가자는 것 또한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상대와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친밀감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마음을 읽는 것 역시 과유불급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때로는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상대의 마음을 알아내려는 것이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친한 상대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있고, 더 묻지 말아야 할 경우가 있다. 결국 좋은 관계로 발전하려면 솔직함과 아울러 분별력과 신중함이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마음을 더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나, 자신의 마음을 잘 살피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지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 역시 잘 읽을 수 없다. 일상에서‘내가 ~ 생각을 하고 있구나’‘내가 ~ 때문에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고 있구나’라는 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둘, 친밀함의 동기를 지니고 솔직하게 대하라. 학자들은 상대의 일, 취미, 목표, 인간관계 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상대의 마음을 잘 읽을 것이라고 추론했지만 그러한 정보들은 마음을 읽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 외부적 이야기보다 내면의 솔직한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는 것이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데 중요했다. 한 심리학자에 의하면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30분 이내에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기만 해도 1년 동안 사귄 친구들만큼 서로의 마음을 읽는다고 하였다.
셋, 대화의 중간에 피드백이 중요하다. 상대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수용하고 확인해주는 피드백이나 맞장구가 필요하다. ‘그때 어떤 기분이었어?’랄지‘그때 참 화가 났겠구나.’와 같이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거나 받아주는 것이 경청하고 있다는 표현이 된다.
넷, 엉터리 독심술사에서 벗어나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고 인정하자. 관계가 가까워지더라도 생각과 관습이 다른 지역의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자. 이를 위해서는 틀에 갇히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한 가지 상황에 한 가지 감정과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결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
다섯, 상대의 행위보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라. 인간관계의 많은 오해는 자신은 의도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상대는 행동을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반대로 자신은 행동을 가지고 판단하고 상대는 의도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상대를 둘러싼 환경과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요한/ 더 나은 삶 정신과 원장,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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