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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등산식량과 영양섭취의 중요성

하나부동산중개공인중개사 2013. 1. 15. 12:25
        [등산학교 명강사의 족집게 강좌 ]
                                            등산식량 -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강사
 
탈진 조난자들의 배낭엔 항상 먹을 것이 있었다?
‘지치기 전, 배고프기 전, 조금씩 자주 섭취’ 엄수
단당류 탄수화물 수시 섭취…식품이 에너지 되는 과정 알아야

대부분의 등산인들이 산행 식량을 먹는 데 있어 잘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산에서 맛있게 잘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몸과 음식물의 성분, 음식물이 에너지화되어 운동에 쓰이는 원리를 적용하면 한국 사람들의 산행 식량과 섭취 방식은 다 잘못되었다.

간단히 얘기하면 산행을 위해선 적절한 때에 적절한 음식을 알맞게 먹어야 한다. 체력은 사람마다 다르다. 컨디션도 때에 따라 다르다. 여럿이 산행을 할 때 걷는 속도, 휴식 시간, 먹는 시간, 먹는 음식, 먹는 양이 제각각 다르다. 결국 올라가는 속도와 휴식시간, 먹는 시기, 종류, 양 모두 달라야 하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우리는 과연 이것을 지킬 수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여러 사람들과 산을 탈 때 자기가 준비한 음식을 혼자서만 먹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게 했다간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이에 반해 서양 사람들은 산행이나 등반할 때 철저히 개인적으로 식량을 먹는다. 권하지도 않고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구조대의 말을 들어보면 저체온증이나 탈진으로 구조당한 사람 대부분은 배낭에 먹을 것이 많다고 한다. 즉 먹는 방법이 잘못 되어 영양분을 적당한 때에 섭취하지 못했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먹어야 할 시기를 놓치면 입맛을 잃게 되고 몹시 지쳐서 먹지 않게 된다. 이것은 몸이 음식을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라고 거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5년 전 10월 10명이 설악산을 찾았다. 오색~대청봉~공룡능선~비선대로 가는 코스였는데 악천후를 만나 대청봉에서 진눈깨비를 맞았다. 마등령에 왔을 땐 50대 한 명이 저체온증으로 심각한 상태였고 구조대가 출동, 비선대로 업어왔으나 사망하고 말았다. 이때 나머지 9명은 멀쩡했다. 사망한 그도 평소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평일날 무리해서 일을 하고 주말에 아침식사도 거르고 산에 온 것이다.


▲ 비박산행은 먹는 즐거움이 크다. 그러나 더 안전한 산행을 위해 식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알 필요가 있다.

아침을 거르면 혈당수치가 떨어져서 금방 지친다. 자기 몸의 상태를 그도 알았지만 일행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쉴 때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쉬는 시간이 되자 그는 지치고 입맛이 없어 많이 먹질 못했다. 이미 먹을 타이밍을 놓쳤으므로 신체는 소화시킬 힘이 부족해 입맛을 떨어뜨린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인간의 육체는 운동할 때 산소를 필요로 하고 소화시킬 때도 산소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산행하면 평소보다 숨이 더 가빠 걷기 힘들다. 소화하는 데에 산소를 쓰고 있는데 운동까지 하니 산소가 배로 필요하고, 인간이 들이 마실 수 있는 산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달리 말하면 식사 직후 운동하면 몸이 무겁고 힘든데, 이것은 신체 내부에서 소화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외부에서도 운동에너지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신체 부담 때문이다.

탈진되어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음식을 먹어도 흡수가 잘 안 되고 에너지 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식품을 소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지치기 전에 먹어야 한다. 그래서 산행할 때는 배고프기 전에 먹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허기져서 배꼽시계가 울릴 때 먹어야 한다는 건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시장기는 몸이 뇌에 보내는 섭취시기를 놓친 것에 대한 경고다. 그러면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학생이나 직장인들 모두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배고플 때 먹는데 이것도 잘못된 것이냐고 말이다. 옳다. 잘못된 것이다. 인간의 신체만 놓고 본다면 끼니를 구분하지 않고 틈틈이 조금씩 먹는 게 더 유익하다. 하루 세 끼를 칼같이 구분한 것은 아마도 인간이 조직사회를 구성하면서부터 노동자에게 효율적으로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해 시간 배분을 한 것이 굳어진 것일 것이다. 결국 산행할 때는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자주 먹어야 한다.


산행에 쓰이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나

사람에게 필요한 6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물이다.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다.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어렵다고 손사래를 치는 이들이 있다. 딱딱한 내용이긴 하지만 효율적인 산행을 위해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다.

●탄수화물

당질이라고도 하는데 탄소, 수소, 산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상에 가장 많은 에너지원이다. 1g당 4cal의 열량을 내며, 사람이 하루에 섭취하고 사용하는 열량의 50~6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탄수화물에는 단당류, 이당류, 다당류 등이 있지만, 소화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포도당으로 변해 혈액을 통해 각 조직에 운반된다.

포도당은 에너지 대사과정을 거쳐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되며, 고인산화합물인 ATP(adenosine tri phosphate)를 만들어 내고, 이 ATP가 바로 운동할 때 근육을 수축, 이완시키고 열을 발생시키는 에너지로 사용된다. 이용되는 에너지보다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글리코겐 형태로 근육과 간에 저장되거나 중성지방 형태로 지방조직에 저장된다. 만약 장거리 산행으로 체력소모가 심해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포도당이 부족하게 되면 근육과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포도당으로 변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지방

탄수화물처럼 탄소, 수소, 산소의 화합물로 1g당 9cal의 높은 열량을 낸다. 보통 하루 열량의 20~25%를 차지한다. 흡수된 지방은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분해되는데, 글리세롤은 직접 에너지로 사용되며 지방산은 체지방으로 축적된다.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과 달리 무한정 체내에 저장될 수 있다.

지방은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 축적된 피하지방이 추위와 더위로부터 단열작용을 한다. 섭취 후 4시간까지는 소장에 머물러 서서히 소화돼 배고픔을 지연시켜 준다. 지방이 연소될 때 생기는 물의 양도 단백질이나 탄수화물의 2배나 되므로, 사막에서 생활하는 동물에게는 중요한 영양저장물질이다.

●단백질

탄소, 수소, 산소, 질소의 복합 화합물로 1g당 4cal의 열량을 낸다. 하루 열량 중 5~15%를 차지한다. 단백질의 기본 구성단위인 아미노산은 약 23가지가 있는데, 약 15개는 신체 내에서 합성이 되고, 약 8개는 필수아미노산이라 하여 반드시 외부에서 섭취해야 정상적인 신체활동이 가능하다. 단백질은 에너지원보다는 근육을 비롯한 신체조직의 기본 구성요소로 사용되며 세포무게의 10~20%를 차지하는데, 운동을 많이 한 근육세포는 단백질이 많다. 그러나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근육이 증대되지는 않는다.

단백질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과정은 탄수화물이나 지방에 비해 더 복잡하다. 우리의 체질에 맞는 대한민국 에너지 권장량은 탄수화물 65%, 지방 20%, 단백질 15%이다.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몸이 축난다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이 어떻게 산행에 쓰이는지 알아보자. 음식을 먹으면 탄수화물→동물성 단백질→지방→식물성 단백질 순서로 소화된다. 탄수화물 중에서도 단맛이 나는 당질이 제일 빨리 포도당으로 변해 흡수된다. 초코바 같은 행동식이 가장 빨리 에너지화된다는 얘기다. 탄수화물은 단당류와 다당류가 있다. 단당류는 속효성(速效性)으로 빠르게 에너지로 바뀌고, 다당류는 지효성(遲效性)으로 더디게 에너지로 바뀐다.

등산과 같은 저·중강도의 운동을 할 때 에너지 사용과정을 보면 운동 초기에는 혈액 내의 포도당, 근육과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사용한다. 계속 운동하면 체온이 올라가면서 지방이 운동의 땔감으로 사용된다.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탄수화물(포도당)의 에너지 전환이 있어야 한다. 탄수화물 없이는 지방을 땔감으로 쓸 수 없다는 뜻이다. 산행 처음에는 탄수화물 사용 비중이 높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 사용 비중이 높아진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산행 2~3시간을 넘어서면 90% 이상을 지방에 의존하게 된다.

반고체상태인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려면 잘 녹아야 한다. 잘 녹이려면 가열이 되도록 체온이 올라가야 연료로 쓸 수 있다. 이때 나무만 있어선 안 되고 불에 잘 타는 잔가지를 계속 넣어줘야 하는데 나무가 지방이고 불쏘시개인 잔가지가 탄수화물인 것이다. 탄수화물은 특성상 몸에 저장할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어 저장할 수 있는 전체 에너지원 가운데, 1~2%를 초과해 저장할 수 없다. 어떤 이들은 고기 같은 지방 대신 쌀 같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는 게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우리 몸은 저장하고 남는 것들을 지방으로 바꾸므로 밥을 많이 먹어도 살은 찐다.

몸에 저장된 탄수화물은 평균적으로 산행시 1시간 30분의 양밖에 되지 않고, 지방은 7.4일간 사용가능하다. 그래서 단당류 탄수화물을 2시간 간격으로 먹어야 이상적이다. 그럼 반대로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산행을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몸이 축난다’이다. 산행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것보다 더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탄수화물이 고갈된 상태에서 산행을 지속하면 몸은 근육 단백질을 뽑아 쓴다. 몸의 근육이 없어지는 것이기에 ‘몸이 축난다’고 말하는 것이다.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혈당치가 낮아지고 뇌에 악영향을 미쳐 균형감각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기절하기도 한다. 산에서 조난시 겪는 환상방황 같은 것도 사실은 탄수화물을 제때 먹어주지 않아 분별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일 수 있다.

해외 고산원정을 다녀온 사람들을 보면 살이 빠져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때 살과 함께 근육이 빠져서 온다. 고산증세로 입맛이 없어 탄수화물 섭취가 떨어지고, 나름 잘 먹었다 해도 산소가 부족한 곳이기에 우리 신체는 근육을 빼서 쓰는 것이다. 그래서 고산등반가들은 원정 전에 일부러 살을 찌워 가기도 한다. 흔히 산꾼들이 얘기하는 “장거리종주 산행은 살집이 많은 사람이 더 잘한다”는 게 근거 없는 말이 아닌 것이다.

운동도 무리하면 안 되는 것이, 근육이 무리를 하면 젖산이 증가한다. 젖산의 방해로 근육은 지방을 에너지로 쓰지 못하게 되고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쓰는데 결국 근육 자체가 빠져버리는 결과를 불러온다. 과도한 근육운동으로 살을 뺀다는 건 몸을 축내는 길이다. 젖산이 쌓이지 않도록 자기 근육에 맞는 운동량과 강도를 찾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몸에 이로운 등산은 자기 몸의 수준에 맞는 산과 코스를 택해, 자신의 근육이 무리하지 않는 속도로 걸으며 꾸준히 탄수화물을 섭취해 주는 것이다. 산에서는 끼니때에 맞춰 폭식하기보다는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좋다.

등산 중에 탄수화물을 먹으면 글리코겐을 빠르게 충전해 피로를 늦추고 지구력을 높일 수 있다. 보통 30분마다 24g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몹시 지쳐 있는 저혈당 상태에서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을 높이는 데 우선 사용되므로 효과가 떨어진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지치기 전에, 배고프기 전에 먹어야 한다.


행동식과 비상식

등산식량에는 행동식과 비상식이 있다. 행동식은 말 그대로 움직이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며 산행 중 틈틈이 먹는 식품이다. 비상식은 반면 비상시에 먹는 음식이다. 비상 상황이기에 바로 에너지화할 수 있는 단당류 식품이어야 한다. 등산 중 먹기 좋은 고당질 식품은 초코바와 양갱, 사탕, 곶감, 말린 과일, 파워겔, 에너지바 등이 있다.

주의할 것은 고당질 식품만 준비하는 건 정답이 아니란 것이다. 온 종일 단 음식만 먹으면 쉽게 질릴 수 있으므로 지방과 단백질이 함유된 식품도 적절히 준비하는 게 좋다. 지방과 단백질 위주의 식품은 육포, 쥐포, 치즈, 땅콩 같은 견과류가 있으며 오랫동안 산에 있을 때 유용한 식품이다. 비상식은 늘 지니고 다녀야 하기에 가벼워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비상식은 바로 에너지로 쓸 수 있는 고당질 식품과 견과류와 육포 등 오래 버틸 수 있는 식품 모두 준비하는 게 좋다.


▲ 1 유용한 등산식량인 동결건조식품과 캔류. 2 행동식으로 유용한 고당질 식품.

지금까지 원론적인 것들을 얘기했지만 산에서 사람들과 먹는 즐거움을 즐기는 것이 모두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혼자서만 그렇게 했다간 친구들 사이에서 미운털이 박힐지도 모를 노릇이다. 다만 등산할 때에는 이런 방식의 식품 섭취가 몸에 이롭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원리를 알아야 식단을 짜는 데도 도움이 된다.

동료들과 식사할 때 같이 하더라도 수시로 탄수화물을 먹어 줄 필요가 있다. 산행 중 포장비닐을 소리나게 까서 혼자 먹으면 눈총을 받으므로 조용하고 신속하게 먹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초코바 등은 미리 포장을 벗겨서 비닐 지퍼백 같은 것에 담아야 한다. 배낭에 넣으면 걸으며 꺼내기 힘들기에 꺼내기 쉬운 별도의 주머니에 담아야 한다. 옷의 호주머니에 넣으면 걷기 불편하고 체온에 초콜릿류는 녹을 수 있으므로 허리색 같은 것에 넣거나 초크백에 넣고 다니며 먹으면 자연스럽고 편하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면서 음식을 함께 먹는 풍토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등산학교 학생들과 산행시 음식을 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갈수록 개인적인 취식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한편으론 음식을 권하지 않아 섭섭할 때도 있다. 이런 분위기는 갈수록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에서는 탄수화물에너지 대사 없이도 지방을 바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몇 년후쯤이면 등산식품을 준비하지 않고, 알약만 먹으면, 몸에 많이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며 산행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군에서 물 섭취에 대한 실험을 했다. 병사에게 사막을 걷게 하고 물을 마음껏 마시게 했다. 병사는 흘린 땀의 양에 비해 50%만 물을 마셨다. 다음 실험에서는 사막을 걷게 하며 흘린 땀의 양만큼 강제로 물을 마시도록 했다. 흘린 땀만큼 억지로 물을 먹게 하자 전보다 심장박동수가 느려지고 컨디션도 훨씬 좋아졌다. 결국 물을 많이 먹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등산은 무게에 대한 부담 때문에 그렇게 많은 물을 가져 갈 수는 없다. 평균 권장량은 체중의 2%이다. 60kg의 체중으로 6시간 산행할 경우 1.2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수치이며 날씨나 상황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산행 중 물과 염분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


▲ 염분과 탄수화물 보충에 좋은 주먹밥.

해외 고산에서는 몸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고산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는 폐와 피부에서 수분을 앗아간다. 이것은 탈수로 이어지고 구역질을 유발한다. 구역질을 하면 물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감소시켜 몸을 더 악화시킨다. 목마르기 전에 먹어야 한다. 목마름을 느끼는 것은 이미 탈수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다.

여름 산행에서 물을 많이 마시면 안 좋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정보다.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적게 마시면 혈액이 진해지고 뻑뻑해진다. 혈압이 높아져서 심장에 무리가 가고 혈액에 덩어리가 생겨 혈전이 되어 심근경색과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

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다. 염분이다. 전해질 농도가 부족해 쥐가 나는 것도 이런 증상의 근육경련이다. 행동식을 꾸준히 먹거나 이온음료를 먹어야 한다. 이온음료에는 전해질이 포함되어 있다. 산에서 음식을 먹으면 싱겁게 느껴지고 맵고 짠 음식이 끌리는 것도 몸에서 염분이 빠져나가서 신체가 보내는 자연스런 신호인 것이다. 염분 보충을 위해 주먹밥과 장아찌류를 식사로 준비하는 게 좋고 오이피클의 경우 수분과 염분을 동시에 채워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김치는 무게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염분 공급에 적당한 식품이다. 필자의 경우 잘 익은 김치에 돼지고기를 조금 넣고 바짝 조린 다음 냉동실에서 얼린다. 이렇게 하면 동결건조가 되어 산에 갈 때마다 지퍼백에 담아가면 녹아도 잘 상하지 않고 가볍게 들고 다니며 여러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먹는 즐거움을 위해 자기만의 염분섭취에 유용하고 잘 상하지 않는 가벼운 영양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탈진 조난자들의 배낭엔 항상 먹을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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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당류 탄수화물 수시 섭취…식품이 에너지 되는 과정 알아야

식량계획은 어떻게 짜나

당일산행이 아닌 1박 이상의 비박산행 식량계획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 먹거리는 채소류가 많고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웰빙식단이다. 하지만 산행 중에 먹기에는 무리가 있는 식단이다. 밥, 찌개, 밑반찬의 구성요소도 그렇고 수분이 많은 식재료가 많아 무게도 많이 나가고 오래 보존하기 어렵다. 스토브도 2개 이상 있어야 하고 코펠도 여러 개가 필요하며 조리시간도 길다. 서양식단은 입맛에 맞지 않으므로 앞에서 얘기한 동결건조 김치 등을 활용해야 한다. 동결건조 김치는 물만 부으면 바로 김치찌개가 되고 밥을 볶으면 김치볶음밥이 되며 간단히 비벼먹을 수도 있다.

일상에서 성인의 하루 섭취열량은 2,500kcal 정도다. 국제산악연맹(UIAA)에서 제시한 등산 중 에너지 소비량은 배낭무게가 10kg 정도일 때 체중 1kg 1시간당 약 7.5kcal로, 이는 체중 60kg인 사람이 8시간 등산을 한다고 가정하면 약 3,600kcal가 된다. 그러나 보통의 워킹산행에서는 필요한 에너지의 약 50%를 체내에 저장된 지방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약 1,800kcal 정도만 섭취해도 된다. 참고로 쌀은 100g당 약 348kcal, 라면 1개(120g)는 약 500kcal다.

식량계획 짜기의 첫 단계는 끼니별 식단을 정하는 것으로 계절과 기후조건에 적합해야 한다. 여름철 물이 부족한 능선 상에서 먹는 건빵, 추운 겨울의 오이는 부적절하다. 메뉴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느 영양소가 필요한가를 생각해서 정해야 한다. 물이 충분한 곳인가? 취사와 먹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주어졌는가? 조리식인가? 행동식인가? 탄수화물이 많이 필요한가? 아니면 지방과 단백질을 보충해야 하는가? 그리고 재료의 획득 용이성, 중량, 휴대성, 보존성 그리고 가격까지 판단해야 한다.


▲ 등산 계획서로 식단을 짜는 예시.
입맛도 중요하다. 아무리 편리하고 영양이 좋은 메뉴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영양공급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 구미가 당기지 않으면 많이 먹을 수 없고, 억지로 먹어도 소화흡수가 잘 되지 않는다. 뜨거운 여름, 땀을 흠뻑 흘리며 등반을 마치고 돌아온 캠프의 저녁메뉴로는 비린내가 심한 꽁치통조림에 감자, 양파를 넣고 고추장을 푼 찌개를 먹는 것보다 새콤달콤한 오이미역냉국이 좋을 것이다. 특히 심한 체력소모 후에는 식욕이 감퇴되고 입맛이 까다로워져 손실된 에너지만큼 섭취하기 어렵다.

입맛이 없더라도 산행시 아침은 거르지 말아야 한다. 아침에는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 중에서 단맛이 있는 당류보다 밥과 같은 전분류가 더 좋다. 점심식사는 조리식보다 행동식으로 하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무게를 줄이는 데 좋다. 지금껏 설명한 것처럼 점심시간을 별도로 내어서 한 번에 섭취하는 것보다는 중간 중간의 휴식시간과 짬을 이용해 조금씩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

저녁식사는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해 고갈된 글리코겐을 충전해 줘야 한다. 지방과 단백질도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하는데, 겨울철에 지방을 섭취하면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저녁식사를 조금 짭짤하게 해서 염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저녁식사 후 취침 전에 섭취하는 차와 간식도 매우 중요하다. 손실된 수분을 공급하고, 수면 중의 체온을 유지시켜 준다. 지방과 단백질이 많은 땅콩 같은 견과류가 겨울철 텐트에서의 간식으로 좋다. 장기등반에서는 비타민 섭취도 식량계획에 배려해야 한다.

식단표를 완성한 후에는 재료별 소요량 집계표를 작성한다. 예를 들어 저녁메뉴로 ‘밥, 돼지고기볶음, 김치’가 정해졌다면, 1인당 소요량 ‘쌀 150g, 돼지고기 200g, 양파 1/3, 파 1/5뿌리, 마늘 1/4통, 설탕 3g, 고춧가루 5g, 소금 1g, 김치 50g…’에 인원을 곱해서 전체 소요량을 계산하고, 날짜별 메뉴별로 계산된 집계표를 만든다. 매우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노력은 충분히 보상받는다.

간식과 차종류까지 집계를 하고 구입명세서를 만든다. 구입하는 것도 있지만, 개인별로 집에서 준비해 오는 것도 있다. 이것을 모아 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종류별로 포장하고, 간식을 나누고, 중량을 재서 분배를 하면 식량계획의 준비는 끝난다. 처음에는 소요량을 적절히 추정하지 못해 남거나 모자라는 것이 있지만,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몇 번 해보면 경험이 쌓여 정확도가 높아지고 빨라진다.


[등산과 술] 추위 극복을 위해 술을 마시는 건 남은 에너지를 써버리는 것

우리나라 산행 중 빠질 수 없는 식품은 단연 술이다. 그러나 술은 자연적인 음식이 아닌 인공적인 음식이다. 우리 몸은 알코올이 들어오면 간에서 빨리 분해해서 없애려 한다. 이때 알코올분해효소가 필요한데 원래 있는 성분이 아니고 다른 기능을 하는 효소를 쓰는 것이다.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은 이 효소가 굉장히 적고 사람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간의 주된 기능은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꾸고 남은 포도당을 지방으로 바꾸는 등의 에너지를 바꿔주는 역할이다. 그런데 산행 중에 술이 들어오면 간은 이러한 역할을 못하고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전력투구하게 된다. 술만 먹어도 살찌는 이유는 간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안주가 들어와 쌓이기 때문이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운동능력과 균형감각 등 모든 신체능력이 떨어지는데, 늘어나는 게 있다. 담력이다. 북한산에 매주 뜨는 구조헬기의 경우 대부분의 사고가 술로 인한 것이 많다. 시신에서 술 냄새가 진동할 때가 허다하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혈관이 확장된다. 이로 인해 피의 속도가 느려져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혈압이 높아진다. 혈압을 높이는 펌프가 심장이다. 등산 중에는 이미 심장이 최대치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술까지 먹으면 심장은 과부하가 걸린다.

하산주도 마찬가지다. 등산을 통해 심장이 지쳐 있는 상태에서 하산하면 우리 몸은 산행이 끝났다는 걸 알기 때문에 휴식모드로 저절로 전환된다. 쉬려고 하는 몸의 본능을 거슬러 다시 펌프질하는 것이 하산주다. 더 안 좋은 것은 하산주를 마시고 찜질방에 가는 것이다. 이미 혈관이 확장되어 있는 상태에서 뜨거운 곳에 가면 심장에 큰 무리가 간다. 산행 직후에는 가볍게 샤워하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

한겨울 산행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위스키 같은 독주를 마신다. 이렇게 하면 실제로 열이 나는데, 길게 보면 몸에 좋지 않다. 마치 꺼져가는 장작불에 휘발유를 붓는 것과 같다. 순간적으로 불꽃은 일지만 남은 장작을 빨리 태운 탓에 불이 금방 사그라져 버린다. 독한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남은 에너지를 소모해 버리는 것이다. 추위를 잊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기보다 추위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산행할 땐 2~3시간에 한 번 조금씩 자주 드세요.

산등선에 올라 땀을 흘린 후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도 등산의 즐거움 중 하나다. 산행 음식은 6대 영양소(탄수화물·지방·단백질·비타민·무기질·물)를 골고루 포함하면서도 가볍고 오래 보관이 가능한 고칼로리 식품을 챙겨야 한다.

성인 남자의 경우 등산시 1일 칼로리 요구량은 6000㎉ 정도인데, 이는 평상시 칼로리 요구량의 2배가 넘는다. 특히 1박 이상 산행시에는 음식의 무게와 부패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음식을 챙겨야 하는데, 건빵·시리얼·과일통조림·바게트·김 등이 적당하다. 특히 김은 가볍고 부피도 작은 데 비해 칼로리는 높아 산행시 좋은 음식이다. 양갱·사탕·초콜릿·캐러멜 등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잣·땅콩·아몬드 등 견과류는 지방이 풍부해 비상식량으로 적합하다.

평상시에는 배고플 때 음식을 찾지만, 등산할 때에는 배고프기 전에 먹어야 한다. 산행을 하다 식사 시기를 놓치면 지쳐서 입맛을 잃기 쉽고, 이미 탈진한 뒤에는 음식을 먹어도 흡수가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산행 때는 지치고 배고프기 전에 배를 채워야 한다.

2~3시간에 한 번 정도로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좋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 산행 때에는 소금을 챙겨 적당량씩 섭취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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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토지사랑모임카페
글쓴이 : 요 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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