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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잡 채

하나부동산중개공인중개사 2013. 2. 15. 14:16

광해군 입맛 사로잡은 잡채

 

잡채는 한국인의 잔칫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아이의 돌 잔칫상에서부터 시작해 생일, 결혼, 환갑잔치 때도 빠짐없이 잡채를 준비했다.

잡채가 예전에는 그만큼 귀하고 좋은 음식이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는데 조선 중기, 광해군 때는

더했던 모양이다.
 
당시 한양에는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풍자하는 이런 노래가 유행했다.

"처음에는 사삼 각로의 권력이 막강하더니 지금은 잡채 상서의 세력을 당할 자가 없구나."  
 
사삼은 더덕이고, 잡채는 지금 먹는 잡채의 원형인데 광해군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바쳐

출세한 한효순과 이충을 조롱한 노래다.

특히 이충은 명문 집안 출신도 아니고 능력도 없으면서 광해군의 입맛을 사로잡아 지금의 장관에 해당하는

호조판서 벼슬에까지 올라 세간의 빈축을 샀던 인물이다. 
 
이충의 잡채가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광해군은 수라를 들 때마다 그의 집안에서 만들어 온 음식을

기다렸다가 수저를 들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광해군을 식탐에 빠지게 한 잡채의 맛이 궁금해지는데 요즘 우리가 먹는 당면 잡채와는 상당히 달랐던

모양이다.

 

지금처럼 당면은 넣지 않고 도라지, 오이, 숙주나물과 각종 버섯 등을 식초에다 버무려 무쳤는데 여기에

마른 해삼과 전복을 불려서 채쳐 넣었다고 한다.

잡다한 채소를 무쳐 만든 요리라는 뜻에서 이름이 잡채(雜菜)인데 재료로 봐서는 상당한 고급요리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요즘과 같은 당면 잡채가 널리 퍼지게 된 것은 20세기 초반이다.

당면이 널리 보급되면서 최고급 요리였던 잡채가 일반인도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잔치음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무심코 먹는 음식인 잡채에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역사가 담겨있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2013.1.17:메트로신문
출처 : 자리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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