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인우산곡아파트 인근 도로가 세로로 갈라지며 갈라진 도로 한쪽이 아파트쪽으로 내려앉고 있다./김성호기자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바로 옆 옹벽이 지반 침하로 무너질 우려가 있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20일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63의 58 인우산곡아파트 나동 앞 언덕길.

이곳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 임헌준(81)씨는 "가끔 큰 소리라도 들리면 뭔가 무너지는 소리 아닌가 싶어 가슴이 철렁한다"며 "불안한 마음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아파트 나동 앞으로 아파트와 나란한 방향으로 10m 떨어진 거리에 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언덕길이 있다.

아파트 입구에서 시작된 길은 30여m 지나면 5층인 이 아파트 높이에 이를 정도로 가파른데, 도로쪽에서 보면 옆은 낭떠러지 절벽이고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옹벽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길은 수년 전부터 도로 한가운데가 세로방향으로 갈라지며 아파트쪽으로 주저앉고 있다.

 

심하게 내려앉은 부분은 언뜻 보아도 원래 지반보다 30㎝ 이상 꺼져 있어, 이곳에 차량을 주차한다면 옹벽 밑으로 굴러 떨어질 정도로 위태로운 지경이다. 주민들은 임시 방편으로 펜스를 설치해 주차를 막아둔 상태다.

주민들은 멀쩡하던 도로가 주저앉기 시작한 것은 인근 한 아파트 단지의 도시가스·수도배관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고 주장한다.

아파트 자치회장 김임연(62·여)씨는 "도로를 따라 2m 정도를 파내 배관을 묻는 걸 봤는데 그때부터 도로가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했다"며 "3~4년 전부터는 어른의 발이 빠질 정도로 틈이 벌어지며 내려앉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동사무소나 구청을 찾아 수십번 민원을 제기했어도 그때마다 갈라진 부분에 아스팔트 땜질을 하는 것으로 그쳤다"며 "장마가 오기 전에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민원을 접수하고 아파트 옹벽 부분에는 지난해 말 균열계측기를 설치해 붕괴위험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언덕길 도로가 갈라지고 침하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구조물정비예산을 활용, 별도의 정밀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