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 이면엔 쇠락의 길 걸어
인천시 연수구는 1990년대 초반 남동인더스파크(옛 남동공단) 배후 주거단지 조성과 신도시 건설 붐을 타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바닷물을 가둬 인공 해수욕장을 만든 국민관광지 ‘송도유원지’와 청량산 기슭에 자리한 유흥시설은 인천 월미도와 함께 한때 인천 대표 관광지로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간척사업으로 여의도의 7배에 가깝게 조성된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는 연수구의 이름값을 올려주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잘나가던 연수구에도 어김없이 위기는 찾아왔다.
신도심(송도국제도시)과 원도심 불균형이 지역사회 문제로 급부상했고, 송도유원지 역시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수인선 복선전철이 개통돼 주민들의 교통편의는 개선됐지만 원도심이 남북으로 단절되거나 인근 주민들이 밤낮으로 소음과 진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침체와 맞물려 중단돼버린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말문이 막힐 정도다.
연수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제갈원영 인천시의원은 “연수구가 겉으로는 부자동네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실상 속은 곪아있다”라며 “미래를 보지 못하고 사업계획서만 나오면 무조건 승인했던 묻지마식 도시개발이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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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의 대표적 미개발지로 손꼽히고 있는 연수구 소암마을과 신도시 개발로 우뚝 서있는 송도국제도시 마천루 빌딩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최종철 기자 choijc@kihoilb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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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분별한 개발계획 매몰비용만 수십억
1천588가구가 새 보금자리를 틀 동춘2구역은 사업이 첫삽을 뜬 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사 중 간판을 내걸고 있다.
옥골구역(2천369가구)과 동춘1구역(2천831)은 언제 착공할 지 기약도 없다.
청학동 96번지 일원 송도영남아파트 재건축단지가 가장 심각한데, 자금을 대던 ㈜한신공영이 최근 조합 운영비를 중단했다.
매몰비용만 23억 원으로, 비용 처리문제로 법정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동춘동 222번지 농원마을은 재개발을 하려다 사업성이 없어 아예 사업지구가 취소됐다.
송도둥지아파트(206가구)와 옥련대진빌라(171가구) 등에서 진행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김영백 옥련대진빌라 재개발사업 조합장은 “사업성이 없어 개발지구가 해제된 곳도 있고, 심지어 보상까지 다해 놓고 터파기 공사도 못한 채 세월만 탓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매몰비용 지원 등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수인선 복전철 원도심 단절 불러
송도 원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는 수인선 복선전철은 연수구에 ‘교통혁명’이라는 혜택을 안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또 경인고속국도가 인천을 반으로 갈라 놓았듯, 연수구 원도심을 남북으로 단절시키는 고민을 안겼다.
해법을 찾기 위해 구는 현재 연수역과 원인재 역사 1.6km, 157.274㎡에 덮개지붕을 씌워 공원을 조성하는 연수·원인재 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덮개공원 조성으로 전철로 단절된 남북을 잇고, 소음과 분진까지 막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사업비 충당이다.
구는 민간투자자를 유치해 주상복합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짓게 한 뒤 그 수익금으로 덮개공원을 조성한다는 복안이지만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낮은 데다 덮개공원을 먼저 조성한 후 상업시설과 아파트를 짓게 돼 있어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고남석 구청장은 이 사업을 반드시 성사해야 한다는 의중이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걸림돌이지만 당위성이 큰 만큼 올 상반기 안으로 민간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다.
고 구청장이 이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송도국제도시에 견줘 원도심 안에서는 가장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도시개발 사업이기 때문이다.
전철 위에 덮개공원을 조성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하고, 당장 복선전철 구간을 따라 민원이 빗발치고 있는 대단위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도 해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구청 내부와 정치권 일각에선 사업 자체가 성사되기 힘들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주거·상업시설을 지어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지만 지난해 말 치른 민간제안 공모에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다.
특히 인근 지역 주택공급률이 높은 데다 이미 형성된 연수역 상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1.6km에 이르는 구간을 덮개공원으로 만드는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인자 연수구의회 의원은 “청사진만 보면 눈길을 끄는 사업이지만 중요한 것은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라며 “이미 주택보급률과 상업시설이 포화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계획만 잡는다면 지역주민 변죽만 울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송도관광단지 중고차 매매단지로
옥련동과 동춘동 일원 옛 송도유원지를 복합관광단지로 만드는 송도관광단지 조성사업과 옛 대우자동차판매 부지에 파라마운트 테마파크를 짓는 사업도 산으로 가고 있다.
송도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싼 임대료를 노리는 중고수출자동차 사업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관광단지 부지에 불법으로 중고수출자동차 매매단지가 들어오려하는 탓에 현재 인천시와 연수구가 행정대집행 등을 통해 막아서고 있는 실정이다.
파라마운트 테마파크 사업도 소유주인 대우송도개발이 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탓에 사업 추진이 버거워 최근 새로운 사업자에게 떠넘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6천억 원이 넘는 사업비와 2014년까지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끝내야 하는 탓에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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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인천시장이 연수구 원도심을 찾아 개발계획을 둘러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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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중고수출자동차 매매단지 북서쪽 끝자락에 있는 송도석산 역시 답이 보이지 않는다.
채석장 사업으로 돌을 깬 자국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도 세웠지만 경기침체와 부채로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든 인천도시공사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송영길 인천시장은 최근 진행된 연수구 연두방문에서 “연수·원인재 역세권 도시개발사업 등 이른바 연수 성장거점사업은 인천 도시발전의 큰 축”이라며 “원도심 활성화의 초점은 되는 것은 최대한 지원하고, 안되는 것은 과감히 접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결국, 소외받는 이들을 품어야 한다
연수구가 고민하고 있는 원도심 활성화는 송도국제도시 등 이른바 신도심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저소득층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물론 이 같은 고민은 형편이 좀 더 나은 중산층 이상 주민의 이해와 협력이 절실하다.
원도심 활성화의 대표적 예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설자리를 잃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저소득층이 거주하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와 빌라촌 등에 지원하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이다.
이를 위해 구는 동춘2동 롯데슈퍼 상가, 연수2동 대동월드 상가, 송도유원지 상가 일대 6개 상가번영회를 돕기 위해 모두 14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원도심 상가활성화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선학 시영아파트와 함박마을 빌라촌, 송도전통시장 등은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 ▶경로당 및 소규모 복지시설 설치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